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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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작은 점, 교감이라 불리는 그곳이 우리 집이야
말을 가두어도 서로를 알아듣는
따스한 지붕

당기고 커닝하는 즐거운 비밀이잖아

건반은 폐기된 기분을 연주하고 너는 그 소리를 냄새 맡네
옆으로 나란히 냄새로 듣는 거야

눈빛을 주고받으며
네 왼쪽 귀는 내 오른손이 잡고

줄이 출렁거리는 건 소리가 떨리기 때문
네가 가장 믿는 곳으로 소리가 망연히 내려다보고 있네
싱싱한 귀를 쥔 채

사람 같은, 그러나 사람 아닌 사이로 청력 잃은 바람이 길을 들어
나는 그 마음 가장자리를 걸으며
왈왈, 코를 박고 즐거워해야지

새 귀 줄게 헌 귀 줄래
눈동자를 뒤적이면 십오 년이 고여 있을 것 같아

너를 부르면
눈물이 눈을 허물며 일제히 쏟아질 것 같네

- 최연수, 시 '반려견'


사람의 말과 강아지의 말은 달라도, 통하는 교감이 있습니다.
시력이 희미해도, 청력을 잃어도
그 교감은 지구의 작은 점 같아서, 서로 함께하는 ‘우리 집’의 느낌입니다.
사람이 늙고 병들 듯, 함께 하던 반려동물도 사람보다 더 빨리 시간을 달려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서로 교감하는 작은 점, 우리 집 같은 공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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