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친일논란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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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   2021.08.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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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봉 석종현 논단

 

애국가 친일논란 프레임

 

"애국가(愛國歌)의 불가리아민요(民謠) 표절설은 사실 아니다

 

당초 애국가는 작곡가에 대한 친일 논쟁, 그래고 외국 민요를 표절했다는 의혹 등 항상 논쟁 속에 있었는데, 이번엔 노랫말 속에 친일코드가 숨어 있다며 비판했다. 경희대 법무대학원의 강효백 교수기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 친일적이라는 것인가 몇 가지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일단 애국가 첫 소절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게 소멸과 퇴행의 서술어인데 이렇게 시작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고 주장했다.

"바다와 물이 산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도 우리말과 노래에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이 부분에서 바로 친일적이라는 프레임이 등장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바다와 물이 산보다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게 그 연유이고, 노랫말에 있는 '바람서리' '공활' 과 같은 용어도 일본풍이라는 주장이다.

우리 일상에서는 바람서리라는 말이 쓰이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바람이 태풍의 신을 상징하고 서리로 바뀐 이슬이 일왕이 베푸는 은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작곡가에 대한 친일파 논쟁에 이어서 이제는 노랫말까지 친일 논란이 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애국가에 무슨 친일 요소가 있고 가사 어느 부분에 친일 요소가 있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을 열광케 하고 있는 트로트 열풍도 원류가 엔카라고 금지해야 한다고 왜 주장 하지는 않나.

 

안익태가 일생의 역작으로 자부했던 작품인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에텐라쿠(越天樂)>(1938)는 일왕(천황)을 찬미하는 노래이고, 1959년 이를 강천성악(降天聲樂)’으로 교묘하게 제목만 바꿔 대한민국을 농락했다는 것이지만, ‘에텐라쿠강천성악의 의미로 볼 때 하늘로부터의 선물로 이해하는 견해가 한민족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며, 한국 신화나 설화 및 조선조 음악관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에텐라쿠(越天樂)’강천성악(降天聲樂)’의 의미가 하늘에서 내려온 음악이란 점에서 일왕(천황)을 찬미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기 794년 출범한 헤이안 시대에 처음 등장하는 에텐라쿠의 기원은 그보다 30~50년 전 활동한 통일신라시대 거문고 명인 옥보고(742~765년 경덕왕 때 음악가)강천성곡(降天聲曲)’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친일 시비론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음악강천성곡의 뜻이 그대로 에텐라쿠의 의미로 옮겨가지 않고서는 이 같은 의미상 일치는 불가능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음악강천성곡(한반도) 하늘을 넘어 일본열도에 상륙하면서 하늘을 넘어온 음악에텐라쿠로 탈바꿈됐지만, 통용되는 뜻만은 강천성곡과 똑같이 하늘에서 내려온 음악으로 유지됐다는 데에 에텐라쿠의 비밀이 있다.

안익태는 이 비밀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천성악은 옥보고가 작곡했다는 거문고곡인 강천성곡을 모르고서는 붙일 수 없는 제목으로 에텐라쿠를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작곡했다.

따라서 안익태는 에텐라쿠강천성곡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했고, 이 같은 이유에서 훗날 자신의 대표작 야상곡과 에텐라쿠강천성악이라 명명한 것이다.

 

안익태의 친일행적을 문제삼는 이들은, 안익태가 일본의 고대 아악인 에텐라쿠의 선율을 차용했고, ‘에텐라쿠의 실체가 일왕 찬양곡에다 일왕 즉위식 때 축하작품으로 연주된 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아악회 홈페이지의 에텐라쿠항목을 살펴보니 이 같은 곡 해설은 사실무근이었다. ‘이 작품은 일본 아악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이고, 요즘에는 연주회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악곡이지만, 헤이안 시대(794~1185) 무렵에는 연주 기회가 한정적이어서 불교행사에서 연주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고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일본 위키피디아 사전에도 결혼식 때 자주 연주되는 곡이라고 소개된 게 전부다. 김승열 음악평론가가 소장하고 있는 에텐라쿠음반 3종의 내지 해설서 어디에도 이 같은 곡 해설은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왜곡의 최초 발원지는 어디일까.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던 고() 노동은(1946~2016) 교수가 쓴 친일인명사전(2009)안익태항목으로 추정된다. 친일인명사전 안익태 편에서 노동은은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원래 에텐라쿠는 일본 천황 즉위식 때 축하작품으로 연주된 것이다.’

노동은은 이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이후 자신의 저서 한국근대음악사론(2010)과 유저(遺著), 친일음악론(2017), 인물로 본 한국근현대음악사(2017)에서 반복하고 있다.

 

단순히 일본 고대아악 중 하나인 에텐라쿠가 일왕찬양곡 + 천황즉위식 축하작품으로 둔갑한 배경에는 노동은의 이 같은 왜곡 날조가 똬리 틀고 있다.

한국 환상곡(코리아 판타지)’이 이부쿠베 아키라(伊福部昭)일본광시곡에 자극받아 작곡된 것이다.

한국 환상곡은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러시아 부활제 서곡에 영향 받아 작곡되었다. 그 직접 증거를 월간조선20191월호에 처음 소개했다.

수필가이자 번역문학가인 한흑구(韓黑鷗·1909~1979) 선생은 수필집 인생산문(1974)에 안익태와의 인연과 함께 한국 환상곡을 작곡한 안익태의 말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1933년 어느 봄날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지휘하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본 뒤 안익태는 나도 지휘자가 되어 볼 결심이야. 또한 한국광상곡(‘한국환상곡과 같은 의미로 추정된다)도 하나 작곡하고라고 한흑구에게 말한다. 다음은 수필집 인생산문의 한 대목이다.

이 사람, (흑구)! 나는 어제 저녁 스토코브스키의 심포니에 가 보았네. 참으로 귀신같애! 작품은 스물다섯 살밖에 안 되는 러시아계의 청년이 작곡하였다는 것인데, 곡명이 러시아 광상곡(狂想曲)이야! 처음엔 러시아 제정시대(帝政時代)의 한가로운 시대를 그렸는데, 느릿한 템포로 시작하고,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노래 같은 것도 나오고, 구루마 바퀴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나오고, 이러다가 제정이 부패해 가는 음탕한 음조로 차차 변해 가. 그러고는 러시아의 혁명가인 듯, 트럼펫 소리, 슬라이 트럼퍼가 마치 만세라도 외치는 듯이 굉장히 우렁찬 소리로 변해 가네.

이때 지휘자 스토코브스키의 팔이 얼마나 빨리 휘도는지 열두어 개나 되는 것같이 쉴 새 없이 막 휘돌아가는 거야! 나도 지휘자가 되어 볼 결심이야. 또한 한국광상곡(韓國狂想曲·‘한국환상곡과 같은 의미로 추정된다. 한흑구는 아래에 코리아 환타지옆에 한국광상곡이라 적었다-편집자)도 하나 작곡하고.”

안익태는 19571110일 자 미국 찰스턴 가제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환상곡이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환상곡의 작곡 동기는 명확해진다.

특히 안익태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처럼 나치당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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