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존경하는 석종현회장님께

더욱 건승하시길 빕니다.

바쁘느라 이제서야 겨우 안부를 여쭙니다.

지금 산하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피어나기 위하여 풀과 나무들이 기다린 것인지,

그 피어남을 영접하기 위하여 산과 들이 기다린 것인지,

그것은 다툼이 아니기에 분간할 수는 없지만,

한 꺼번에 들불의 요원처럼 싹을 내밀고 있습니다.

산의 경사면에도

산의 능선위에도,

그 색갈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곱게 피웠습니다.

다른 색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고유색을 피어 내고 있습니다.

굴참나무는 여린 갈색의 잎을 내밀고,

삼나무는 세세한 연초록의 색으로 단장을 하고,

떼죽나무는 송편크기의 녹색을 주렁주렁 달고 있습니다.

어울려 숲이 되는 것임을,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아는듯,

수종이 다르다고 하여 방해하지 않습니다.

크기가 다르다고 더 차지하려 다투지도 않습니다.

시기가 다르다고 서로가 먼저 피우려 경쟁하지도 않습니다.

더덩실 어울려 싹을 내밀고 군무처럼 함께하여 거대한 숲을 이루는 것입니다.

지금 싹을 피우고 있는 나무들이

지금 잎을 내밀고 있는 풀들이

각기 다른 자신만의 고유색으로 산의 물결을 우렁차게 만들고 있습니다.

꽃의 붉음까지 더하면 총천연색의 향연이 됩니다.

산에 가만 눈길을 보내고.

나무와 풀에 잠잠 마음을 툭 던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풀과 나무들이 자신만의 오로지 고유한 색갈로 피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산하는 각양각색이 한꺼번에 다 녹아 있는 것입니다.

산의 한 면이 도화지라면

그 울타리 안에서 나무들이 각기 다른 고유색으로 구도를 잡았습니다.

그 풍경앞에 마음이 편안하여 지는 이유는 그 조화로움때문입니다.

조화로움이란 각기 다름을 헤치지 않음인 것입니다.

신비로운 광경입니다.

연하게 피어날 때에는 각기 다른 색의 풀과 나무입니다.

지금의 풀과 나무가 그렇게 색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잠시 

잎을 다 피우고 나서는 고유색은 사라지고 모든게 다 초록이 됩니다.

산과 숲에서의 시간은 그 처음의 각기 다른 연녹색에서 출발하여

그 다음의 시간에는 같은 초록이 되는 여정인 것입니다.

무르익어서는 각기의 고유색을 다 묻어버리고서 초록색 한 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숲의 그 변화는

인간이 눈여겨 배울 점입니다.

싹을 피워 숲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제 각각의 고유색이더니만,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서는 한 개의 색인 초록으로 융합을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배워야 하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다투고 다른 주장이 난무하더라도

그 귀결의 실행에 있어서는 하나로 통합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숲이 가을까지 온전한 이유는 바로 그 융합에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오래 지속되기 위하여서는 그 귀결에 있어서는 하나로 융합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숲의 의미와는 거꾸로 가는 인간사인가 봅니다.

그 여린 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함께이다가,

조금 성장을 이루고서는 다른 것을 배척하고서 빡빡 우기는 주장만 하는 것인가 봅니다.

산과 숲이

그런 인간에게 교훈을 주고 있건만

저 홀로 똑똑한 듯 인간은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주장과

나의 것만의 챙김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소한 것이 됩니다.

남의 주장의 경청과

남의 것에 대한 배려는 결국에는 큰 것이 되어 되돌아 오는 것이 됩니다.

삶에서 눈앞의 것에 아웅다웅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정극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