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석종현대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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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석종현대표님께

 

바람인가 했더니 낙엽이 지고

낙엽인가 했더니 바람이 지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람도 낙엽도 아닌 세월이었든가 봅니다.

 

들리는 가요

이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서 가지에서의 생을 마감한

낙엽이 지상으로 낙하하는 그 가여운 소리를,

 

보이는 가요

자신을 키워준 나무 아래를 떠나지 못하던 낙엽이

한줄기 바람에 의탁하여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휘몰리는 쓸쓸한 휘날림을,

 

느끼는 가요

시간의 언저리에서 시작한 봄이

마지막 계절인 겨울의 온몸을 움츠리게 하는 차가움의 애처로운 저림을.

 

떠남은 결국은 되돌아오기 위함이지만,

마치 손안에 쥐고 있는 모래처럼 지난 세월이 빠져 나가 새해를 맞았습니다.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이 우렁차길 바랍니다.

 

얕은 물에는 철벙 내딛어도 깊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얕은 것을 쫓아서라도 얻어내려는 것은 하찮은 것이 됩니다.

삶이 선하고 우러러 부끄럼 없을 때에는 얕은 것에 소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서 지상에 내린 낙엽이

떠나온 나무아래에 옹기종기 쌓여 서로의 온기를 나누듯 타인에게도 따스함을 나누는 선행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면

안 들리던 누군가의 가여운 소리도 듣게 되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쓸쓸한 뒷모습도 보게 되고,

느끼지 못 했던 누군가의 차가운 저림을 따스하게 살피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새해에는

그 따스함으로 서로 마주보며 배려하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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