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혁칼럼:判官戱)- 書童들의 判官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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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혁칼럼:判官戱)- 書童들의 判官놀이

  醉者 當避乎   :술에 취한 자가 길을 먼저 피해줘야 옳은가?

 不醉者 當避乎 :술을 안마신자가 길을 먼저 피해줘야 옳은가?

 

8.15광복 전후해서 충청도 산간 농촌 큰 마을에는 글방(書堂)이 이곳저곳에 있어서 글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본인도 1939년도까지 약 10여개월간에 걸쳐 천자문을 송습(誦習)하고 1940년도에 초등학교(尋常小學校)에 입학했다. 그리고 1945년도 3월에 졸업했다. 1947년경까지는 시국이 대단히 혼란스러운 때이니만큼 도리어 시골 서당에서는 한학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여겨졌다. 필자도 그 때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틈만 나면 서당을 찾곤 했다. 중학교 여름 및 겨울 방학 중에는 인근 서당으로 자주 발길을 돌렸다. 그 때는 한학에 나름대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해이던가 과객 차림으로 서당에 찾아온 반백의 선비 한 분이 있었다. 그는 서예(書藝)도 달필이고 묵화(墨畵)도 치며 작시법(作詩法)과 고시송법(古詩誦法) 및 문장작성요령 등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었다. 그는 우리들의 만류로 몇 주일 간 머물면서 우리들과 함께 지내는 가운데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다른 것은 생략하고 시문 기억법과 문장 작성법의 일환으로 판관희(判官戱) 등을 일러 주었다. 인상 남는 판관놀이의 일례를 소개할까 한다. 그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이른바, 권력형 아전은 백주에도 술을 마신 체 말을 타고 어느 날 동쪽에서 오고 있었다. 그때 마치 서쪽에서는 볏섬을 등에 싫은 황소를 몰고 오는 농부가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좁은 개울 다리(土橋)에서 마주 쳤다. 말을 몰고 오던 아전은 길을 비켜서라 말 머리를 흔들며 소리 쳤다. 그 순간 농부도 황소도 어쩔 줄 몰라 머뭇거리다가 황소가 말을 밀쳐 버렸다. 아전과 말은 다리 밑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것이 송사로 이어졌다. 농부는 소를 몰고 아전에 끌려 송장(訟場)인 원님 앞에 서게 되었다. 아전의 기세등등한 일방적인 변론 앞에서 농부는 죄인처럼 묻는 말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대답을 할 뿐이었다.

양 편의 전후사정을 듣고 난 뒤에 판관 원님은 심문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전에게 물었다. 아전은 술을 마셨는가?  안 마셨는가?

       나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안했습니다. 저 자가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다음엔 농부에게 물었다. 농부는 술을 마셨는가?  안 마셨는가?

       저는 안 마셨습니다. 아전도 안 마셨나? 그것은 제가 모릅니다.

  그 때, 아전의 태도는 일방적인 승소인 것처럼 보였다.

  판관은 두 당사자의 진술내용을 재확인 한다.

    아전은 술을 마시지 안 했다 하였고, 농부는 술에 취해 있었다고  했다.

  판관이 판결을 내렸다.

  아전은 술을 마시지 안했고 농부는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아전에게 마지막으로 묻겠다.

  좁은 길에서 두 사람이 마주 쳤을 때, 술 취한 사람이 길을 먼저 피해줘야 하는가?  술 취하지 않은 사람이 먼저 길을 피해 줘야하는가?

 

  아전은 묵묵 부답이었다. 왜 대답을 못하는가?

  거짓말을 하는 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전에게 잘못이 있다 판시 했다.

  판결문에 이르기를, "醉者當避乎  不醉者 當避乎"  명 판결이었다.

서동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법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편 네 편이 본질적으로 따로 없다.

법은 어떤 경우에도 권력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지 않을 때, 정당성을 지닌다.

법은 물수변에 갈거자를 쓴다, 이것이 의 글자다.

물은 평형(平衡)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안정을 찾는다. 안정을 잃으면 다시 흘러간다. 이를 윤하의 법칙(潤下法則)이라 한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뜻을 음미하면서 물이 지니는 네 가지 덕을 늘 상기한다면 악순환(惡循環)을 피해서 선순환(善循環)의 길을 상도(常道)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수유사덕(水有四德)을 깨우치기 전에는 서둘러서 치인교화(治人敎化)하겠다고 벼슬길에 나서지 말라 했다. 수유사덕을 공직자의 숙제로 남겨두고, 술에 관한 몇 가지 속언(俗諺)을 전해 둔다.

* 술을 핑계 삼아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은 위취자(僞醉者).

* 취중에 한 일이라 기억이 없다는 자는 빙취자(憑醉者).

* 술만 마시면 종횡무진 나부대는 자는 광취자(狂醉者).

* 술만 들어가면 눈물을 짜는 자는 양취자(佯醉者).

* 술의 취기(醉氣)를 내세워 시비를 거는 자는 세취자(勢醉者)라 해도 결코 지나친 혹평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 5가지 유형의 부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가슴 속에는 공통적으로 속임수의 흑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직이 송나라 때 명재상이며 큰 학자로 알려진 여조겸(祖謙)은 이런 말을 남겨 전해주고 있다. . 수기인(受欺人)은 신해(身害)를 입을 뿐이지만, 기인자(欺人者)는 심해(心害)를 입는다고 했다. 속임을 당한 사람은 신상의 손해를 입을 뿐이지만, 남을 속이는 자는 자기 마음에 상해를 먼저 입힌다. 이를 심사자(心死者)라고 한다. 그런 자는 이미 죽은 자이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예시했던 바와 같이 악덕한 아전의 위선적 인간 부류는 어디에선 용서 받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휘호<별지첨부>).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0200820_104013.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107pixel, 세로 2090pixel 사진 찍은 날짜: 2020년 08월 20일, 오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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