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한줌 쓰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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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한줌 쓰지도 못하고


뇌의 3퍼센트밖에 쓰지 못하고 죽는다는 내 대가리는
양파만 하였느냐
서로 몰래 생을 희롱하다 무덤 가까이 와버린
내 수족과 대가리는 양파만큼 진화했다더냐
천상 나 또한 썩을 놈이어서
쪼글쪼글 사위어가는 저 양파는
분명 이 생에 대한 질문이거나 답이겠거니
어느 날은 저 비밀한 교의에 귀의하고 싶다

- 복효근 , 시 '썩을 놈' 부분 -


사위어가면서 지독해지는 냄새들.
종말을 고하는 처절함이겠지요.
퍼렇게 싹을 틔워 제 속을 슬쩍 비치기도 했던 독한 것.
그만큼도 못되는 나는,
얼마나 합당하고 유효적절하게 나를 썼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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